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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난일기/시험관

와이프 퇴사 이야기 (Feat. 시험관)

by 바람살랑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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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차. 입사 8년차, 대리 진급. 6번째 시험관... 그리고 한번의 유산




와이프가 퇴사한 후, 2018년을 떠올려보니 그리고 그동안의 일을 되돌아보니 위에처럼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와이프는 자신에 대한 만족도 높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말하겠지만, 내가 느낀 와이프는 더더더 높은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타겟, 결혼생활에 대한 타겟, 나, 시댁, 친정에 대한 것까지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에게 일이야 더 할말이 있으랴.




최근 들어 계속 시험관을 실패하고, 선택지가 좁아지면서 퇴사를 고민하긴 했지만.

고민하는 시간 또한 엄청 길었다.


너무 힘든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퇴사를 결심했다가도, 회사를 다녀와서는 다시 만족도 높은 와이프로 돌아가 있었다.


이러기를 몇번... 




심지어 유산을 하고 정말 갑작스럽게 건 한달간을 입원했었던 2016년.


주변에서는 당연히 퇴사하겠거니 했지만, 퇴사란 없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꿋꿋이 이겨냈던 와이프였다.



미리 눈치를 채고 퇴사를 권했어야 했었지만, 내 그릇이 작았던 탓인지 난 거기까지 바라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2년 후, 결국 5번째 시험관의 실패를 기점으로 퇴사를 선언했다.


두달 후 와이프는 모든 회사업무를 정리하고 퇴사를 했고, 

운동을 다니고 그동안 못했던 집안일, 병원을 다니며 그래도 바쁘게 살고 있다.



퇴사를 망설였던 이전과는 달리, 굳은 맘에 내가 걱정했던 것 이상으로 퇴사에 대해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아니라면... 또 내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겐가.)



그리고 이젠 목표가 임신과 완벽한 내조로 바뀌었다.

스트레스 없이 편한 마음을 가지며 날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맙기도 맘이 짠하기도 하다.





사실, 나도 맞벌이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을 하는 와이프가 낯설거나 하지 않았고, 돌아왔을 때 나를 반기는 빈집이 익숙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항상 퇴근길을 맞아주는 요 일주일간 내 생각은 많이 변했다.


나를 반기던 빈집이 익숙한게 아니라 그냥 그랬던 거라고.

역시 누군가가 날 맞아주는 집은 그 무엇보다도 따듯하다.


와이프는 별거 한거 없다 하지만, 구석구석 정리되고 안정을 찾은 집도 나에겐 큰 힘이 된다.





아까는 그런 말을 하더라.

줄어든 수입에 맞춰서 쓰고, 효율적을 소비하는 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낀다고.


실제로 최근 들어 차를 움직이기 보다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외식 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준비를 했었다.


막상 해보니 그동안 과도하게 차를 타고 외식을 했었나 싶기도 했다.



어찌됐든.


와이프는 퇴사를 했고, 나는 나서고 들어가는 집은 빈집이 아니다.

더욱 더 사랑스러운 내 아내.


그동안 너무너무너무 고생 많았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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